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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의 시간
입력 : 2025-10-27 오후 6:01:53
최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벤처기업 재직자 10명 중 7명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전략·기획 직군(81.2%)과 연구·개발 직군(80.0%)에서 긍정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혁신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성과와 몰입'을 더 중시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벤처업계의 특수성을 잘 보여줍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빠른 실행과 유연한 조직문화로 성장해 왔습니다. 정해진 틀보다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구성원 개인의 열정과 책임감이 곧 경쟁력이 됩니다. 제품 출시 직전이나 투자 유치 시기처럼 결정적 순간에는 집중적인 업무 몰입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획일적인 근무시간은 자율성과 생산성을 제약하고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족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에서 강조된 '충분한 보상'이라는 전제가 바로 핵심인데요. 현실에서 벤처기업이 열정페이를 강요하거나 불명확한 보상 체계로 직원들을 소진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자율과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부당한 장시간 노동이 정당화돼서는 곤란하겠죠. 
 
따라서 필요한 것은 선택적 유연성입니다. 핵심인력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규제의 예외를 허용하되, 명확한 보상 기준과 근로자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스톡옵션, 성과급, 대체휴가 등 실질적 보상이 보장되고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합니다.
 
벤처기업의 역동성과 근로자의 권리 보호는 양립할 수 있습니다. 제도적 유연성과 실질적 보상 그리고 투명한 기준이 조화를 이룰 때, 벤처생태계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농식품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에서 로봇팔이 딸기를 따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승주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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