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던 캐피탈사들이 하반기 들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대주주 지원에 의존하던 자본 확충 방식에서 벗어나 금리 인하 기조와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외부 자금 조달 등 다변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27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상반기까진 모회사 주도의 유상증자가 주를 이뤘습니다.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6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메리츠증권이 신주 400만주를 인수했습니다. 2월엔 키움캐피탈(500억원), DB캐피탈(374억원)이 주주배정 유증을 단행했고, 새마을금고중앙회도 5월 MG캐피탈에 200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캐피탈은 7월 2000억원 규모의 공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사모 방식이 아닌 공모 형태로 외부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은 첫 사례입니다. iM금융지주 자회사 iM캐피탈도 9월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처음 발행했습니다. '내부 수혈' 중심의 자본 확충이 '시장형 조달'로 전환되는 흐름입니다. 단순한 수단 변화가 아니라 부실 방어에서 자본 효율성과 비용 절감으로 목적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만 금융당국이 일정 부분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합니다. 주주 참여나 지분 희석 부담 없이 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는 점이 매력입니다. 캐피탈업권을 향한 자본건전성·레버리지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자본 인정 폭이 제한적이지만 금리나 시장 여건에 따라 비용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시점에서 조달비용 절감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주주 부담이 크지만, 영구채는 외부 자본 유입과 자본비율 관리가 가능해 향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