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3일 서울특별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그와 한 때 비즈니스 관계였던 이른바 '관종(관심종자)' 명태균씨도 출석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 "검찰에서 밝히겠다" 등 즉답을 피하기 일쑤였는데요.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명씨는 브레이크가 없는 트럭처럼 국감장을 뒤집어놓았습니다.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가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오세훈 서울시장 뒤를 지나 증언대로 향하고 있다.
명씨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날 오후 시청 본관 로비에 도착한 그는 "오세훈이 거짓말쟁인지 내가 거짓말쟁이인지 오늘 보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다 거짓말했잖아"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언론들이 '정치 브로커'라 칭한 것에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시청에 도착한 후 1시간 뒤 변호인을 동석한 명씨는 국감장에 입장해 사진 기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브이 표시를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명씨의 태도를 보며, 마치 그가 피의자가 아닌 공익신고자였던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실제 그는 국감장에 출석했던 어떤 증인보다 자유분방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여러 차례 신정훈 행안위원장의 제지가 있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거친 말로 오 시장을 저격하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전 국민 앞에 생중계되는 카메라와 국민, 국회의원을 향해 비속어도 사용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소 불편한 질문을 하면 엉뚱한 답변으로 대답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신경전도 오갔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전과 5범이 맞나"라고 거듭 물어보자 "내가 다 까발릴까요. 여기서 국민의힘 중에 나한테 도움 안 받은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명씨는 자신의 잘못보다 타인의 잘못이 크다는 것처럼 과장된 행동을 보였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는 지난해 겨울 세간에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창원지법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수사는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내용은 이번 주 창원지법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역시나 언급됐습니다.
현재는 보석으로 밖에 나와있지만 명씨는 명백한 피의자입니다. 검찰은 자기 정치를 끝내고 개인의 인권과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국감장 곳곳에서 드러난 혼탁한 진실의 파편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부패와 거짓의 고리를 끊고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국감에서 남긴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