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 일본에서 14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등장은 우리 언론은 물론 외신들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첫 여성'이라는 특별함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오랜 전통과 금기를 깨트린 역사적 순간임은 분명 하나, 동시에 '우경화'와 '극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합니다.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민주당 대표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있다. (사진=AP/뉴시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인으로 데뷔한 직후 강경 보수 성향을 숨기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초선이었던 1994년. 다카이치는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처음으로 일본의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을 두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던 인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의 정치적 신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는데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계승자를 자처하며 안보 강화, 헌법 개정, 과거사 인식에 있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해 온 '아베 키즈'의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그의 총리 등극은 단순히 한 여성 정치인의 성공을 넘어, 현재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경제 성장 둔화와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일본은 점차 강력한 국가주의와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일본 사회의 보수적 목소리를 대변하며, 그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그가 이끌 일본 내 정책은 안보와 함께 경제적 국력 강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위력 강화와 헌법 개정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일본의 정치 지형뿐 아니라 장기적인 일본 사회의 가치관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지도자가 이끄는 일본은 겉으로 볼 때 더욱 결집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외 정책에 대한 우려도 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에 있어 과거사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였던 만큼 그의 강경한 발언과 입장이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역사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칫 무라야마 담화로 대표되는 과거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반성의 정신이 희석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됩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은 분명 주목할 만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 드리워진 일본의 우경화 경향,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신념은 주변국들에 단순히 '축하'를 보내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과연 그의 리더십이 일본에 어떤 미래와 동북아시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 사회의 시선은 일본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