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인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3월 카드론 금리 평균은 연 14.83%로, 지난 2월 말(14.64%) 대비 약 0.19%p 올랐습니다. 이는 작년 3월(14.46%) 대비해서는 0.37%p 오른 것으로, 2022년 12월(14.84%)에 육박합니다.
카드론 조달금리인 여전채 금리가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같은 해 11월 6%를 넘어서는 등 급등했다가 채권시장 안정과 기준 금리 인하 등 영향으로 올해 들어 2%대로 내려온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입니다.
작년 10월과 11월 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카드론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서 특히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3월과 올해 3월 900점 초과 고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1.89%로 동일했으나,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평균 금리는 같은 기간 17.34%에서 17.66%로 0.32%p 올랐습니다.
카드론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중복으로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이고, 카드론 문턱이 높아질 경우 저신용자가 제도권 밖의 대출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지점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은 1.65%로 전년 말(1.63%) 대비 0.02%p 상승해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공급 규모를 조절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위해 카드사에도 올해 카드론 증가율을 3∼5% 내외에서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카드론 잔액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푸념입니다. 때문에 당분간은 금리를 크게 인하하지 못하고, 취급액도 늘리지 못할 것 같다고도 합니다.
카드사는 금융당국과 협의된 자율규제인 '카드대출 금리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라 금리를 산정합니다. 고금리 대출이 존재하는 근본 배경에는 위험 프리미엄, 운영비, 심사 비용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금리를 급격히 낮추는 것은 금융사에 부담이 큽니다.
서민 급전이 높은 금리를 갖춘 것은 단순히 개인의 재정 부담을 넘어서, 사회적 비용과 금융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카드론 등의 고금리 대출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면, 채무 악화와 불법 사금융 유입 위험도 커집니다. 약한 심사만으로 급전 대출을 대폭 늘이면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문제도 상존합니다.
지역 신용협동조합나 사회적금융기구 등 사회적 대출 기관을 확대하는 것을 공고히 해 문제를 푸는 것이 보조적 역할로 중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소비자 교육 확대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금융당국의 재원 확보와 운영 지속성이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시중 은행대출 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