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유럽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거리 위에 펼쳐진 테이블에는 예쁜 식탁보가 갈려있고, 그 위에는 한잔의 와인이나 맥주를 놓고 마시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요. 그 모습을 보며,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을 막연히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본 유럽의 거리는 달랐습니다.
사진은 해당 내용과 연관없음. (사진=뉴시스)
현지 사람들은 치솟는 물가에 레스토랑보다 마트 방문을 더 많이 하고, 실제 고급 레스토랑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버스를 타고 보이는 길거리 광고와 유럽에 살고 있는 한국인 동생을 만나 알게 됐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곳은 동유럽으로 시급이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급여의 약 33%를 세금으로 납부해 실제 한 달 월급을 수령하는 평균 금액은 170~200만원 남짓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 광고판에는 '세금 감면을 도와드린다'는 내용이 자주 보였습니다.
디자이너 지인의 말도 떠올랐습니다. 1년에 두 차례 파리를 방문하는 그는 파리 고급 레스토랑에는 늘 관광객 아니면 노인들뿐이었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노인이 되면 연금을 두둑이 받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명품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은 직원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을 때는 고객 응대는 뒷전이었다고 한 말도 떠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일처리가 느린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 필자가 방문한 지역에는 청년이나 중년층이 하나의 직업을 가진 이들보다 배달이나 외식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투잡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이유있는 한잔을.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