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는 지금 심각한 불균형 속에 놓여 있습니다.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투자금 역시 80% 이상이 서울과 경기, 인천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단순히 기업 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 인프라, 인재까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지방 벤처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숫자만 봐도 그 격차는 뚜렷한데요. 김원이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벤처기업 3만7419개 중 수도권 소재 기업은 65.6%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최근 6년간 수도권 기업 비중은 59.9%에서 65.6%로 늘어났지만, 비수도권은 오히려 18.7%나 줄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성장의 사다리가 사실상 서울에만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벤처캐피털의 90%, 액셀러레이터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자리 잡고 있어 지방 기업은 투자와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투자금도 수도권이 약 2조원에 달하며 전국의 80%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이 1조35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전남은 21억원에 그쳤습니다. 무려 644배의 격차입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방시대 벤처펀드'를 2027년까지 2조원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습니다. 지역 VC들은 "지역에서 조금만 성과를 내도 스타트업들이 더 큰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 벤처·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데요.
지역 벤처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금 공급을 넘어선 접근이 필요합니다. 민간 자본의 적극적인 유입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설계, 효율적인 행정 지원, 그리고 청년 인재가 지역에 머물려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스타트업위크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AI 로봇과 오목을 두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