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3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누군가의 땀과 아이디어로 탄생한 소중한 기술이 순식간에 빼앗기고, 피해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돼왔습니다. 무엇보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법정에서 이를 입증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는데요.
다행히 최근 정부가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입니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직접 의혹 기업을 조사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중소기업이 겪어온 입증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재 수위도 대폭 강화됩니다. 기술 탈취가 적발되면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불법 유출할 경우 벌금은 기존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상향됩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도 최대 5배까지 가능해져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피해 기업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손해배상 기준도 개선됩니다. 지금까지는 손해배상 산정 시 연구개발 비용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보상이 턱없이 부족했는데요. 앞으로는 연구개발 투자 자체를 피해로 인정함으로써 피해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중소기업의 혁신이 보호받아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그것이 모여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대기업이 기술을 손쉽게 빼앗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산업 생태계는 결국 황폐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당한 노력과 창의가 존중받는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두 번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