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시중은행 오픈런 역설
입력 : 2025-09-23 오후 1:51:1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가 잇따라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각 행마다 자율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모기지보험(MCI) 가입 제한 등 대출 규제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출 문턱을 높인 은행들을 피해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은 은행들로 고객들이 몰리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중단했습니다. 또한 다음 달 말까지 신규 주담대에 MCI 신규 가입을 제한했습니다. MCI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 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축소됩니다. 주담대 실행일이 한 달 이내인 대출 신청 건에 대해서도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농협은행도 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과 더불어 타댕 대환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대출 접수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현재까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경우 별도의 대출 규제를 시행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해당 은행들로 고객들이 몰려 창구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방문해본 KB국민은행 한 지점은 흡사 오일장이 열린 시장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좌석에는 고객들이 빼곡히 앉아 있고 일부 고객들의 경우 앉을 곳이 없어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지점의 경우 오전에는 대출 상담을 받고 있지 않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고 찾는 고객들도 많았습니다. 
 
결국 가계대출 규제 파장이 은행별 접수 지침에 차이를 만들고 이것이 고객의 오픈런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당국의 총량 규제 취지는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해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가계의 상환 부담을 완화해 경제 주체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정반대로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 형평성 문제만 키우고 있다면 제대로 된 규제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대출 상담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은행 대출이 열려 있나', '대출금리가 높아도 내주는 곳으로 가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가계대출 수요 억제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 규제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일관성을 확보하고 은행별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신혼부부나 청년 등 실소유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게 규제 사각지대 없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길, 건강한 금융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랍니다. 
 
 
사진은 서울 잠수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