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를 위해 추진 중인 'PF 정상화펀드'가 단기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부실채권을 펀드에 매각해 자산 건전성을 개선한 듯 보이지만, 다시 수익증권 형태로 출자하는 '매각 후 재출자'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실질적 위험은 여전히 업권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PF 정상화펀드는 2022년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불거진 PF 부실을 조속히 털어내기 위해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가 마련한 제도입니다. 업권별 경·공매를 통해 부실채권을 펀드에 넘기고, 이를 투자자금으로 소화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올해 6월 말까지 정상화 펀드를 통해 정리된 PF 대출 규모는 수조원에 달합니다. 그 결과 저축은행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2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약 13조원으로 줄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26% 수준으로 개선됐습니다.
펀드는 2024년 3월 330억원 규모의 1차 펀드를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5000억원, 올해 3월 2000억원, 6월 1조2000억원 규모의 4차 펀드까지 조성됐습니다. 별도로 저축은행·캐피탈사가 자산운용사를 통해 5000억~1조원대 규모로 조성한 펀드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재출자 구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이 펀드에 매각한 PF 채권의 손실 가능성을 줄이려는 대신, 수익증권 투자자로 다시 참여해 위험을 일정 부분 떠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2차 펀드의 재출자율은 90~120% 수준에 달합니다. 매각 대금을 그대로 다시 출자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4차 펀드에서는 재출자율이 8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지방 소재나 비거주용 사업장 비중이 높아 낙찰가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은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이에 '진성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외형상으로는 채권을 매각해 부실을 정리한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손실이 다시 업권 내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펀드 만기가 대부분 2년으로 설정돼 있어 단기적으로는 부실이 이연되더라도 만기 시점에서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정상화 펀드가 부실을 덮는 완충장치(band-aid) 역할은 하고 있으나, 업권의 체질 개선까지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F 정상화 펀드가 단기 유동성 위험을 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출자 구조가 지속되면 부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저축은행이 근본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자본 확충과 선별적 PF 투자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공매 낙찰가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상화 펀드만으로 업권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금융권의 중론이 뒤따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