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신용사면을 받은 소비자들이 올해 빚을 빌리고 다시 연체하면서 성실상환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이 신용사면의 이면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정부는 이를 뒤로 하고 신용사면을 단행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3월 287만명을 대상으로 2021∼2024년에 발생한 연체 기록을 삭제했습니다. 이 중 33%인 96만명이 지난 7월 말까지 다시 빚을 갚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용사면이 결국 금융사의 연체율을 높인 꼴이 됐습니다. 재연체자 중 39만명은 신용사면 이후 1금융권에서 총 16조6413억을 빌렸고, 79만명은 저축은행·카드·보험 등 2금융권에서 17조717억원을 빌렸습니다.
신용사면이 연체자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체자들의 재연체는 전체적인 가산금리를 인상시켜 성실상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금융사 연체율도 높아지면 사회 초년생에게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재명정부는 지난달 2020년 1월부터 5000만원 이하 연체가 발생한 개인과 개인사업자 약 324만명을 대상으로 역대급 규모의 신용사면을 단행했습니다. 박근혜정부부터 이재명정부까지 네 정부 연속으로 신용사면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정례화되는 양상입니다.
정부는 금융사에 연체율, 부실채권 등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면서도 결국 연체율을 관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출을 억제하는 시기에 연체 기록을 지워줌으로써 다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중 행보가 금융사의 부담을 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표퓰리즘식(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과 발언을 그만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를 앞세우지만,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성실상환자는 박탈감을 느끼고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