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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이라는 함정
입력 : 2025-09-16 오후 2:11:5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의 영역에서 여론조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여론조사로 드러나는 지지율은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뿐 아니라, 당의 정책 방향성까지 설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합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청와대 혹은 대통령실에서도 지지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지율에는 함정이 존재합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율의 수치가 때로는 실제 민심과는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사 방식과 설문 문항의 차이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의 조사 방식으로는 무작위 표본의 의미가 떨어집니다. 어느새 여론조사는 특정 지지층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투표는 하는 특정 세대와 특정 진영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합니다. 결국 정치 고관여층만이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응답하면서 실제 민심과의 괴리가 시작됩니다. 
 
때문에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지지율이 특정 진영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반영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하락한 지지율도, 너무 높은 지지율도 실제 민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50%를 넘는 지지율을 얻었다는 윤석열씨에 대한 여론조사가 대표적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라는 겁니다. 탄핵 당한 이전의 대통령들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역대 대통령들도 같았습니다. 
 
문제는 역대 대통령들의 '말'과 달리, 국정 운영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특정 진영의 의견이 국정 운영에 과도하게 반영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극복하고 출범한 현재의 이재명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용'이라는 단어 안에 숨어 지지율을 따라가고 있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여론조사에 휘둘리게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건 가치의 부재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느새 정치는 극단적 성향을 가진 고관여층의 전유물이 됐습니다. 이들에게 더 이상 진영이 추구하는 가치는 없습니다. '진영의 승리'와 '반대 진영의 몰락'만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노동의 가치입니다. 금융감독원 노조원들이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여 성향의 유튜버 김어준씨는 "그분들 입장에서 불만이 납득은 가지만 퇴사 처리해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좋겠다. 전원 다 퇴사받고 새로 뽑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해양수산부 이전 문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성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이재명정부가 하는 일은 모두 옳다는 거죠. 하지만 해수부와 금감원 노조들이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사라졌습니다. 
 
산업재해 근절만이 노동의 가치는 아닙니다. 노동자의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합니다. 과연 이재명정부가 진보 진영의 가치였던 '노동자의 권리' 문제에 있어 잣대를 다르게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단순히 지지율의 함정에 빠져, 노동의 가치를 비롯한 자신들의 가치를 잊은 게 아닌지요.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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