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정부 조직 개편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가 맡고, 시장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이 나눠서 담당하는 구조로 바뀝니다. 말 그대로 감독기관만 4곳이 되는 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시어머니가 넷'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관이 많아질수록 현장은 혼란스러워지고, 감독의 일관성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17년 만에 금융위원회가 해체되고 금감위가 부활하는 이번 변화는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닙니다. 금감원과 금소원이 별도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감독 인력이 분산되고 정책 기능은 세종으로 이관됩니다. 당장 수천 명의 직원 근무지가 이동하고 직무 성격도 바뀌게 됩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미 반발이 거셉니다. 사흘째 출근길 집회를 이어가고, 로비에 근조기와 명패를 걸어놓는 등 조직 전체가 동요하는 분위기입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로펌이나 회계법인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이른바 '탈출 러시'를 외치는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현장의 불안은 금융권에서도 감지됩니다. 감독 기관이 늘어나면 보고와 감사, 규제만 더 복잡해지고 금융회사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연합회나 금융협회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체제가 바뀌니 대응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감독 사각지대는 오히려 넓어지고, 기관 간 '엇박자'가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론 금융당국 개편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IMF 외환위기 때 출범한 금감원은 25년 동안 몸집이 커지고 권한을 넓히면서 '옥상옥(지붕 위의 지붕, 불필요한 구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디지털화폐, 빅테크 금융 등 새 과제까지 쏟아지며 기존 체계로는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편 과정이 이렇게 성급하고, 현장 설득이 빠진다면 조직 혁신이 아니라 조직 분열만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면 최소한의 골든타임은 지켜야 합니다. 정치적 대립으로 국회 논의가 지연되면 금융권 불안만 커질 것입니다. 개편의 세부 규모와 절차, 인력 교류 여부를 신속히 공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감독기관 숫자만 늘려 혼란을 키우는 개편이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강화하는 개편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사무실 앞을 오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