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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먼저 주4.5일제
입력 : 2025-09-05 오후 12:28:2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권에서 주4.5일제가 먼저 시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시사하면서 논의가 과거보다 무게감 있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노사 간의 대립을 넘어 주4.5일제 실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도 적지 않습니다. 
 
은행은 서비스업 중에서도 공공성이 강한 분야입니다. 영업점 하나의 운영 시간이 변하는 것만으로도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렇기에 주4.5일제를 두고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노조는 "일단 시범사업이라도 괜찮으니 은행업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인력 부담과 비용 증가,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통과와 이재명정부의 주4.5일제 장려 기조는 분명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싣는 요소입니다. 내년도 예산에도 중소기업 주4.5일제 시행을 지원하는 277억원 규모의 항목이 담겼습니다. 직원 1인당 인건비 보조와 신규 채용 기업에 대한 장려금까지 포함돼 있어 정부가 제도의 마중물을 준비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이 단순히 예산 지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은행원들의 높은 연봉은 제도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에 대해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근무시간 단축을 해줄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더 크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평균 연봉이 1억149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은행 영업점 수는 줄고 비대면 거래는 확산되는 상황에서, 영업 시간까지 줄어든다면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주4.5일제 도입 필요성도 분명합니다. 금융노조가 같은 요구를 3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초과근무 축소, 일·생활 균형 강화, 노동환경 개선은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은행이 먼저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다른 업종으로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노조가 주장하는 제도가 특권층의 혜택으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과 인력 운용 혁신이 병행돼야 합니다. 사측이 주장하는 전산 시스템 개편, 인력 재배치 방안은 바로 그 논의의 핵심입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토대 위에 세워지지 않는 제도는 결국 반발만 키울 뿐입니다. 
 
은행이 주4.5일제 도입의 시험 무대가 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 개선을 넘어 한국 사회가 미래 노동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금융노조와 사측 모두 총파업을 앞두고 양보와 조정의 필요성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제도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은행권에서 책임 있는 첫걸음을 내딛길 기대합니다. 
 
사진은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025 산별중앙교섭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에서 슬로건을 들고 투쟁하는 모습. (사진=금융노조)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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