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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논의 불발된 합성니코틴…"험로 예고"
합성니코틴 규제 9년째 공회전…본회의까지는 하세월
입력 : 2025-09-11 오후 4:12:21
11일 한 액상담배 판매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제품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합성 니코틴이 담배로 규정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규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도 무분별하게 판매돼 보호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발의된 18건의 규제 법안은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매번 좌초됐습니다. 지난 9일에 합성 니코틴 규제 관련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11일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입장문 중) 
 
천연 니코틴과 동일하게 유해함에도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합성 니코틴에 대한 규제 논의가 재차 미뤄졌습니다. 업계는 국회 논의가 순연되면서 합성 니코틴의 무분별한 청소년 노출과 불공정 경쟁이 사실상 다시 방치된 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합성 니코틴 논의 9년째 공회전…무관심 속 방치된 청소년 보호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9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담배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심의가 길어지면서 논의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부터 9년째 이어져 온 합성 니코틴 규제 논의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합성 니코틴도 유해물질이 상당하다는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된 뒤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논쟁으로 여전히 이렇다 할 결론이 없는 상황입니다. 
 
합성 니코틴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 원액'입니다. 국내법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만 담배로 규정하기 때문에 합성 니코틴은 엄밀히 담배가 아닌 겁니다. 그러다 보니 합성 니코틴은 공산품으로 분류돼 세금은 물론, 광고·판촉 제한이나 경고 그림, 문구 표기 등 최소한의 규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합성 니코틴이 온라인과 소매점을 통해 유통되면서 청소년들의 흡연률을 높이고, 흡연에 대한 인식도 왜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액상 전자담배는 일반적으로 무인 점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타인의 신분증만 있어도 성인 인증이 가능합니다. 청소년 접근을 방지하기 위한 울타리가 없는 겁니다. 
 
무의미한 시간이 흐르는 사이 청소년 흡연율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경험률은 6.59%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이 중학교 1학년이던 2020년 0.1%에 불과했던 경험률이 4년 새 크게 높아진 겁니다. 
 
청소년지킴이연대, 한국담배규제교육연구센터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합성니코틴 규제를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정부와 국회는 지난 7월 '학교 인근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자동판매기 금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합성 니코틴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한 전자담배가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만큼, 미봉책에 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자담배 협회는 합성 니코틴 규제 논의 불발에 반발하며 이날 오전 '조속한 개정안 심의'를 촉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협회는 "규제 법안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편법 수입업자와 판매자들은 흡연자·비흡연자 구분 없이 무차별적 홍보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업계 '공정' 경쟁도 도마 위…세수 손실도 심각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계에선 불공정 논쟁도 불이 붙고 있습니다. 특히 조세 형평성과 공정 경쟁 환경을 위해서라도 합성 니코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소비세 대상에서 제외 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담배 회사와 편의점 등 제도권 내 판매자들이 불만을 갖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합성 니코틴에 과세를 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세수 결손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는 담배세로 약 10조원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렴한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률이 늘면서 담뱃세 수입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합성 니코틴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 미징수액은 3조3895억원 수준입니다.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에 대한 이견이 크게 줄어든 만큼 국회는 오는 16일 추가 일정을 잡고 관련 법안을 다시 테이블에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후 기재위 전체회의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절차를 모두 거치려면 지금부터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이 계속 법의 사각지대에 머문다면 규제를 지키고 세금도 내는 판매자들과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청소년 흡연률 증가 등 사회적인 악영향도 상당하다"며 "담배 회사들도 당장 세금 몇 푼 안내는 단기적 이익보다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사업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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