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사람 목숨 귀한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공장 근무시간을 줄여버리면 당장 생계가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요. SPC에서도 아마 밑 단에서는 불만이 많을 거에요. 이번 조치를 무조건 다 좋아하는 건 아닐 걸요." (모 식품회사 관계자)
아직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를 강타한 'SPC 시화공장 노동자 끼임 사고'에 대한 여파로, 노동시간을 3교대로 개편하는 내용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코멘트입니다. 12시간 가까이 일하던 걸 줄여버리니 실제 노동자들은 임금을 그만큼 받지 못해서 오히려 불만이라는 겁니다.
말을 듣고 적잖히 당황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내 자신이 생계가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노동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해서요.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대답은 '아니다'였습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재화를 통해 더 나은 어떤 것을 얻는 데 있습니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이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든, 더 나아가 가족의 행복을 위한 어떤 것이든요. 돌려 말했지만 이 모든 것은 내가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요,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사실 설명이 필요없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우린 종종 대기업의 논리로 가치를 전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컨베이어 벨트가 1분 멈추면 얼마가 손해"라든가, 간적적으론 "회사가 살아야 직원들도 먹고살지" 등등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들이죠. 언뜻 맞는 말 같지만 우리는 가끔 돈의 논리, 기업의 논리, 경제의 논리에 의해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SPC는 산재 대책 국회 보고회에서 '분골쇄신'의 자세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로써 발생하는 노동자의 임금 감소도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은 없겠지만, 안 고치는 것보다는 낫겠죠. 낫기를 바랍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질적인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하지 말라는 건데요. 정부가 나서서 사람 목숨 챙긴 적이 대한민국에 몇 번이나 있었습니까. 반가운 변화입니다.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