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줄지 않고 집값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는데, 이는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신중한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0.8%에서 0.9%로 소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2차 추경과 경제심리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고,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며, 특히 반도체 경기 호조와 자동차 수출 선전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건설투자의 경우 예상(-6.1%)보다 더 깊은 침체(-8.3%)를 보이면서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렸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건설경기만 0%였다면 성장률이 2.1% 정도였을 것"이라며 건설 부문의 부진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성장 구조 변화는 물가 전망에도 영향을 미쳐,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1.9%에서 2.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과 내수 회복 신호가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금리 동결의 핵심 배경은 금융 안정 리스크입니다.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6월(6조2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한은은 아직 안정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총재는 "금리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지만, 유동성을 과다 공급해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기지는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관세 문제도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이 올해 국내 성장률을 0.45%포인트, 내년에는 0.60%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무역 경로, 금융 경로, 불확실성 경로 모두에서 영향이 확인되면서 통화정책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모든 것이 경제 상황에 따른 조건부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 전망 1.6%를 전제로 할 때 상반기까지는 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모든 것은 성장률과 금융 안정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9월 금리인하와 국내 부동산시장 안정 여부를 지켜본 뒤 10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경기부양 압력과 금융 안정 리스크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찾으려는 한은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요인은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시점과 미국 관세정책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한용 한은 총재가 8월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