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보험사와 저축은행 업권 최고경영자(CEO)들을 차례로 만나며 금융권과의 소통에 나섰습니다.
이 원장은 업권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주문을 내놓으면서도 공통적으로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확립, 상생금융 정착을 강조하며 "건전한 금융시장 조성과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일 주요 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4일에는 저축은행 CEO들과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현장에서 보험 업계와 저축은행 업계의 최근 각기 다른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저성장 환경 속에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자본 부담과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이 늘어나고 있으며,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건전성 관리, 그리고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책임 있는 영업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그는 보험사 CEO에 "내부통제는 단순히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경영진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잇따른 보험금 지급 지연 논란을 거론하며 "보험계약은 소비자와의 약속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보험금 지급 체계를 확립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초고령화 등 새로운 위험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혁신적인 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저축은행 CEO와의 만남에서는 상생금융과 취약차주 보호가 주요 화두였습니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은 지역 금융과 서민 금융을 담당하는 업권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크다”며 “단기적 이익 추구보다 장기적 신뢰 구축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연체율 상승과 PF 부실 논란을 언급하면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확보가 없다면 업권 전체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금리 부담이 큰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첫 메시지가 업권별 당면 과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동시에 원칙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라는 키워드를 공통 의제로 제시함으로써 금융사의 사회적 책무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업권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새 원장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업계와의 소통을 정례화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원장은 앞으로도 은행, 카드, 캐피탈 등 다른 금융업권 CEO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현안 점검과 정책 소통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 현장 중심으로 구체화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