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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과 가계부채
입력 : 2025-09-03 오전 10:33:35
저출생·고령화가 본격화한 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감소할 가능성을 수반합니다. 때문에 인구구조 변화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은퇴한 고령층 대비 청장년층 비율이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커서입니다. 
 
은퇴한 고령층은 축적된 자산을 쓰면서 소비하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자본 증가세가 둔화하게 됩니다. 차입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청장년층도 감소하는 구조입니다. 
 
고령화와 경기 침체 속에 경제활동 지도가 거꾸로 뒤집히며 고용시장의 주연이 청년층에서 노령층으로 바뀌는 흐름입니다. 최근 구직을 단념하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은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현장에선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늘면서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이 청년층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고령화 영향으로 일하는 노인은 대폭 늘어났지만 청년층은 '쉬었음' 등으로 구직시장 이탈 비중이 커지면서 노령층이 점차 노동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60세 이상 경활률(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49.4%로 집계됐습니다.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60세 이상 경활률은 1년 전보다 0.8%p 상승했습니다. 1999년 6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뒤로 가장 높습니다. 
 
고령화 영향으로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입니다. 최근 5년간 상승 폭은 4.6%p로 같은 기간 15세 이상 인구 경활률 상승 폭(2.6%p)의 두배에 달합니다. 
 
노령층 경활률은 최근 하락세인 15∼29세 청년층 경활률을 사실상 따라잡았습니다. 지난달 청년층 경활률은 49.5%로 60세 이상과 차이는 0.1%p에 불과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이미 추월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됩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0세 이상 경활률이 청년층보다 높은 곳은 10개로 절반이 넘습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뚜렷했던 이런 흐름은 최근 대구·광주 등 대도시로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청년층 경활률은 작년 5월 이후 13개월 연속 내리막길입니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등 구직시장을 이탈한 청년들이 늘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39만6000명)은 1년 전보다 3000명 줄며 13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올해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증가세입니다. 제조업·건설업 등 양질 일자리 부족, 대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선호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런 모습은 노령층이 주류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령층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무조건 좋게 볼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높은 노인 빈곤율, 연금 수령 시기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 등 현실에 비춰보면 상당수가 생계형 노동에 시달리는 은퇴자일 수 있어섭니다. 
 
2023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65세 이상 연금 소득자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80만원 수준으로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 134만원(2024년 기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노인 일자리 상당수가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점도 높은 경활률의 그늘을 보여줍니다. 작년 8월 기준 60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는 281만2000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습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노령층이 청년층의 경활률을 추월한 이른바 '실버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1분기(1∼3월)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에서 60세 이상 경활률이 15∼29세보다 높았습니다. 지역에서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상이 가속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유지되는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가계부채 총량의 장기적인 추세는 인구구조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총량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차주별 건전성 위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위주로 부채를 관리하되, DSR 산정 시 현재뿐 아니라 미래 소득 추이를 예측해 스트레스 DSR 규제 등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금융정책 역시 노동시장 상황, 수도권 집중 정도, 사회 이동성 등 다양한 정책들이 가계부채 추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경기도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고령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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