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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상까지 난바람에 던져버려라"
혐오사회 속에서 다시 보는 고전 '앙드레지드-지상의 양식'
입력 : 2025-09-01 오후 4:39:04
(사진=chatGPT)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나의 영혼이여! 어떠한 사상에도 얽매이지 말라. 어느 사상이든 난바다의 바람에 던져버려라. 바람은 그것을 네게서 걷어내 가리라. 너 자신의 사상을 하늘에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너는 아무것도 파도 위에 세울 수 없으리라. 어떤 무게로 눌러도 파도는 달아나고 만다." 
 
100년 하고도 56년 전에 태어난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지드가 열정 넘치던 20대 후반에 쓴 이 책은 모든 규정하는 것을 벗어던지고, 열정적인 삶을 살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좀처럼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 대목이 전하는 메시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확증편향 시대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는 넘칩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적당한 편견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적 신념으로 99% 거짓에 진실 1%를 섞어 만들어내는 수많은 거짓 뉴스들, 그리고 이를 무차별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정치판입니다. 어느샌가 무차별적 갈라치기 정치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연령별·세대별·성별에 따라 모두 자신이 시대의 피해자라고 외칩니다. 정치인들은 점점 더 세세하게 국민들은 나눠 '내가 바로 당신들의 구원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양샙니다. 이해와 통합을 외치지만 이상하게, 우린 점점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로 가는 분위깁니다.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듯, 멈춰버린 생각도 마찬가지로 부패합니다. 자신과 다르면 정치색은 물론이고 성별, 지역 심지어 요즘은 결혼 여부까지 비난해대니 말을 하기가 무섭다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회 전체의 통합과 민주주의까지 위협하는 셈입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잘못된 것은 부셔져야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사상과 체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사회는 성숙합니다. 
 
지드는 책 말미에 이렇게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 될 것이다.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말라."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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