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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예능이 보여주는 집단 초상화
입력 : 2025-08-29 오후 5:20:47
산부인과 병실 문 앞에 적힌 산모의 나이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20대 산모를 보기 어렵고, 35세 전후가 가장 많으며 40대 산모도 드물지 않습니다.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면서 자연스레 나타난 풍경입니다. 이런 변화는 병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최근 핫한 연애 예능으로 꼽히는 <나는 솔로>는 그야말로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화려한 연예인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하며,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이어지는 연령대는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문득 10여년 전 방영됐던 연애 프로그램 <짝>이 떠오릅니다. 과거 영상들을 봤더니 당시 출연자들은 대부분 20대였습니다. "29세 남자 5호", "28세 여자 3호" 같은 소개가 자연스러웠고, "막내 25세 여자 4호입니다"라며 수줍게 웃는 모습도 흔했습니다. "나이가 좀 많아요… 서른둘이에요"라며 민망해하던 여성 출연자의 장면도 선명합니다. 당시 서른둘은 '노처녀'라는 꼬리표가 붙던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솔로>는 다릅니다. 30대는 기본이고 30대 후반 출연자도 많습니다. 심지어 40대만 모아 특집을 꾸리기도 합니다. 불과 10년 만에 연애 예능의 '평균 나이'가 10년 이상 늦춰진 셈입니다. 마치 <짝>에 출연했던 청춘들이 시간이 흘러 <나는 솔로>로 옮겨 온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방송사들의 예능 편성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귀여운 아기들이 등장하는 가족 예능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나 혼자 산다>, <금쪽같은 내 새끼>, <돌싱글즈>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혼숙려캠프>까지 등장했습니다. 
 
연애와 결혼이 더 이상 '희망'이 아닌 '리스크'로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연애 예능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 전체의 집단적 초상이자,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대의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있었습니다. 조건 중심의 문화, 미디어가 부추긴 '평균 올려치기', SNS가 키운 과시욕, 그리고 한국 특유의 비교 문화가 청년들의 삶을 짓눌러왔습니다. 아파트, 자동차, 억대 연봉 같은 기준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혼은 점차 무너져온 것입니다. 
 
<나는 솔로>. (이미지=티빙 캡처)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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