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28일 새벽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숨 쉴 틈 없는 일정이 이어졌는데요. 이번 해외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미 정상회담이었습니다. 곳곳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 함정 수가 난무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 보좌관이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그의 성과라는 건 아마 한국으로부터 국방 비용을 통한 거액의 돈을 받아내는 일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함정이 있었던 건데요.
무역 협상을 주도한 이들은 트럼프에게 보고한 구체적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루비오 장관 마음도 조급해졌을 거라고 봅니다.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으로 급파됐고,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3실장(비서·안보·정책)까지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도 '함정'을 팠습니다.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며 "한국과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올렸습니다.
정상회담을 기다리던 전 국민 모두가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대통령실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글에 대통령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면 회담 분위기는 처음부터 처참했을 겁니다.
한·미 정상회담 시작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함정을 팠습니다. 이 대통령의 '오판'이 전혀 허용되지 않은 자리였습니다. 순간 판단에 따라 어떤 대우를 받느냐가 달렸던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보자마자 "교회 압수수색"을 언급했습니다. 김건희 의혹 특검팀이 통일교 본부를 압수수색 한 것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두 차례 통일교 행사에 영상 강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통일교 교리 역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를 중심 교리로 삼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관련 상황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였다"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누군가의 해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자를 빼준 것도 일종의 테스트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낮게 보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에서 비롯됐다는 건데요. 이 대통령이 서서 글을 남기자 호의를 받되 종속적으로 보이지 않고 대등함을 유지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마음에 든 것 같습니다. 함정이자 테스트를 피해 갔거든요. 앞으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베스트 프렌드'가 되길 바랍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