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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흑자 드리운 가계 비상
입력 : 2025-08-22 오전 10:22:10
소득은 늘었는데 소비는 줄였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이를 두고 '불황형 흑자'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 가구의 소비지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소득 가구는 고물가 영향으로 지출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고소득 가구는 내구재·준내구재 소비를 줄여 대조를 이뤘습니다. 소득 증가세에도 비상계엄 사태, 미국 관세정책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부진은 오히려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통계청의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습니다. 주거·수도·광열(5.8%), 식료품·비주류음료(2.6%) 등에서 늘었지만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등에서는 줄었습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0.7% 감소했습니다. 물가 상승분을 빼면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얘깁니다. 2023년 2분기(-0.5%) 이후 7개 분기 만에 첫 감소 전환이고 팬데믹 당시인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겁니다. 
 
가구 실질 소비지출은 작년 2분기와 3분기 모두 1% 넘게 늘었지만 작년 4분기 증가율(0.9%)이 1%를 하회한 데 이어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가구 소비지출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 가구에서는 소득 감소에도 소비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는 주류·담배(10.8%), 교육(28.2%), 음식·숙박(8.0)% 등 분야의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소비지출이 3.6% 늘었습니다. 
 
소득 상위 20% 이상인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2.1% 증가했습니다. 오락·문화(11.5%), 보건(11.2%) 등에서 소비가 증가했지만 교통·운송(-7.6%), 의류·신발(-3.3%) 등에서 소비를 줄인 결과입니다. 
 
이를 분석하면, 1분위 가구 소득은 줄었지만 필요한 지출이 계속되면서 소비지출이 늘었고 5분위 가구는 자동차 구입 등 일부 내구재·준내구재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1분기 가구 실질 소비지출은 소득이 늘었음에도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535만1000원)은 1년 전보다 4.5% 늘었습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2.3% 증가했습니다. 
 
소득 증가세에도 소비가 줄면서 평균 소비성향은 2.1%p 하락한 69.8%를 기록했습니다.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2022년 2분기(-5.2%)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입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3% 늘어난 127만9000원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2분기(35.2%)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흑자율도 2.1%p 상승한 30.2%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미국 관세정책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득 증가에도 고소득 가구 중심으로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3개 분기를 보면 소득과 비교해 소비 위축이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연 소득의 100% 이상을 쓰는 가계대출자가 15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국내 가계대출자는 1972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중 평균 연 소득의 7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는 대출자는 275만명(13.9%)이었고, 그 중 157만명(7.9%)은 평균 연 소득의 100% 이상을 모두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득이나 신용이 낮은 취약 차주의 약 3분의 1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금융당국은 가계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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