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프랜차이즈 하겠다는 사람 있으면 쫒아다니면서 말리고 싶습니다. 소상공인을 수익원으로 하는 사업 모델이 너무 많아요."
국내 가맹업종 취재를 위해 연락을 주고 받던 한 연구원이 한 말입니다. 가맹점주와 상생해야 할 가맹본부가 사실상 가맹점을 착취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를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구매강제품목'입니다. 구매강제품목은 가맹본부가 특정 브랜드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들이 본사에서만 구입해야 하는 항목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A갈비집 가맹점들은 일정한 맛을 위해 고기와 소스 등이 구매강제품목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구매강제품목에 세척제, 포장용기, 영수증 인쇄용지, 홍보 라이트패널 등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항목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유통업의 구조상 단계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추가 수수료가 붙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발생하는 마진은 본사가 가져갑니다.
구매강제품목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부 가맹본부는 필수품목 거래처를 지정해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경기는 점주들만 맞고, 본사는 유통 마진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가맹점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생기기 시작한 뒤부터 유통 마진으로 이득을 보는 사업 구조는 십 수년 간 이어져왔습니다. 오죽하면 업계에선 '마진 장사 안하는 게 바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브랜드 로열티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점주를 상대로 세척제 장사를 한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구매강제품목에 대한 문제 인식이 생긴 지도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첫 시작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5년 전 한국 피자헛을 상대로 과도한 유통 마진(차액가맹금)을 챙겼다는 이유로 소송장을 내면서입니다. 최근까지 이어져 온 2심 재판에서 '차액가맹금은 부당 이득'이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동안 가맹점주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물주 역할을 했던 셈입니다.
공론화 후 정부와 국회에서 가맹계약서에 구매강제품목 지정 이유 등을 반드시 기재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맹점은 이유만 있으면 구매강제품목을 본사가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점주들은 구매강제품목 지정 기준이 보다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강제품목 지정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를 감시하는 주최나 뚜렷한 기준점이 없어서입니다.
도둑이 멀리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가맹본부에서 사라는 세척제 안 샀다고 불이익 받는 가맹점이 없길 바랍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