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민주당이 방송 3법 중 한국방송공사에 이어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까지 잇따라 처리하며 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고 있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입니다. 민주당은 개혁 입법 중 방송법을 처리한 뒤 이달 안에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일 전망입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화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 불참 속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송 3법' 중 EBS법만 남아…주말 내 처리 임박
국회가 21일 본회의를 열고 방문진법 개정안을 표결에 올렸습니다. 그 결과 재적 171명 중 찬성 169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가결됐습니다. 그동안 민주당은 언론의 독립성을 추구하고 공정과 투명을 위해 해당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방송 장악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론으로 '반대'를 외치며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추천 주체를 국회에서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언론학계, 법조계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당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방송의 투명성과 공영성·대표성 등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3개월 내 이사진 전원 교체도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MBC 사장단 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본회의에서 방문진법 가결 직후 '방송 3법' 중 하나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이 상정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반대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22일 오전 필리버스터는 종료될 예정입니다. 앞서 여야는 당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에 맞춰 본회의 날짜를 합의한 상태라 EBS법 표결은 23일 이뤄질 전망입니다.
의석수 밀린 야, '필버' 무력…편가르기 논란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3법'에 대해 '방송 장악법'이라고 규정하며 그동안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곧장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과반 의석수가 넘는 여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의석수 열세로 저지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민주당이 앞서 예고한 타임라인에 따라 입법이 추진될 전망입니다.
이날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간사는 첫 발언부터 본회의를 방청하러 온 중학생과 교원을 향해 편가르기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방청석 학생들을 가리키며 해당 개정안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EBS 이사 추천 몫으로 끼워 넣으려는 법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 의원은 "선생님 중 한국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도 있고, 전교조 선생님도 계시고 교사노조(교사노동조합연맹) 선생님도 계실 것"이라며 "교사노조가 전교조보다 세 배가 많다. EBS 방송법에선 전교조 출신 교사단체가 한 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노조 원망 들으면서 전교조를 억지로 끼워달라 하지 말자"며 교원단체 편가르기식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봉법·상법'도 카운트다운
민주당은 '방송 3법'에 대한 표결이 끝나면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23일 다시 본회의가 열리면 노란봉투법을 먼저 상정한다는 방침인데요. 노란봉투법은 회사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또 파업 등 합법적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면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기업 옥죄기법'이라고 규정하며 역시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의해 24시간 내에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24일 연이어 2차 상법 개정안 상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개혁 입법이 연이어 통과되면서 민주당이 주장했던 이달 내 개혁 입법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직후 1차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더 세진' 개정안으로 불리는데요. 이번 개정안에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에 1차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시장 영향을 살펴보고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법 개정안 등 개혁 입법을 겨냥하며 "이재명정부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돼가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