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임상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를 도입하고 표준화 기술을 정립하기 위해 각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3차원 형태로 배양해 만든 장기 유사체 오가노이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주목받으며 신약 개발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죠. 무엇보다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체외에서 정밀하게 재현해 85%에 달하는 높은 환자 유사성을 통해 정확한 약물 반응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미국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전 세계 과학기술계와 제약바이오도 오가노이드 도입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달 동물실험에만 의존하는 연구 제안서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NIH는 “7월부터 신규 동물실험 중심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며 “신규접근법(NAMs)을 연구 지원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NIH에서도 동물실험 지원 중단을 발표하며, 미국의 동물실험 폐지 수순이 본격화되고 있죠.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급성장하는 추세입니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오가노이드 시장은 지난해 약 21조4900억원에서 2029년 약 58조1300억원로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규제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자 국내 산업계와 학회,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체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오가노이드 시장 성장세에 비해 국제적 기준은 없어 제조기술과 품질에 대한 신뢰성 확보 및 비교가 불가합니다. 때문에 오가노이드 특화 규제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지난주 출범했습니다.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컨소시엄을 통해 글로벌 표준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식약처는 2009년부터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을 통해 오가노이드 표준화, OECD 등재 등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오가노이드 시험법 국제 표준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식약처는 국제적 오가노이드 분야 리더십 확보를 위해 오는 2027년 '제14차 생명과학 분야 동물실험과 대체에 대한 국제 회의(WC14)'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입니다. WC14는 동물대체시험 관련 OECD 등 국제기구, 각국 규제기관, 산업계 등이 참석하는 회의죠.
의약품,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서 기술 패권과 직결된 오가노이드 규제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국제 표준 선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기술 표준화 로드맵을 수립해 상용화와 시장 선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