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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이후 쓰러지는 기업들
입력 : 2025-08-18 오후 6:01:04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스타트업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 궤도에 올랐던 기업들이 브릿지 라운드에서 자금줄이 막히며 무너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최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88곳의 투자 유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이 폐업했습니다. 단순한 창업 실패가 아니라 투자를 받고도 생존하지 못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합니다. 2022년 101건이던 스타트업 폐업은 2023년 125건, 2024년 19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섰는데요. 특히 시드~시리즈A 구간에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고 탈락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투자 시장 자체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전체 투자 건수와 금액은 각각 37.6%, 26.9% 줄었고, 그 중에서도 시드 투자는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반면 후기 단계 투자(시리즈C 이상)는 오히려 유지되거나 증가하며 자금이 검증된 후반 단계 기업으로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드러났습니다. 
 
시리즈A 이후 외형 확장에 맞춰 인력과 마케팅을 늘린 기업들은 후속 투자 부재로 결국 서비스 종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겉으로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내실 없는 구조로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정책금융의 사각지대도 문제입니다. 많은 정책금융기관이 창업 3년 미만, 매출 20억 이하 초기 기업을 지원하지만, 시드 투자를 받은 기업은 매출이 없어도 고평가 기업으로 분류돼 오히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추가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 자금 유입이 끊어지는 중간 단절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은 여전히 초기 창업 장려와 진입장벽 완화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시드 펀딩과 창업 지원금은 넘쳐나지만, 그 이후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정책은 미흡합니다. 시작을 돕는 정책을 넘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투자 이후의 퇴장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농식품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에너지 절감형 식물농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승주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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