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원 시재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내부 직원들은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이를 막기가 어렵습니다. 매번 금융사고가 터진 뒤 위원회나 시재 관리 등 내부통제 강화를 외치지만 금융사고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한은행의 서울 소재 한 지점에서는 시재금 횡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점에서 시간제 RS(은행 창구에서 대면 업무를 담당) 직군으로 일한 A씨는 창구에서 고객이 거액의 현금 다발을 입금 처리해달라 했는데 이 중 일부를 챙기다가 CCTV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 측은 해당 행위가 적발된 뒤 A씨를 바로 면직 처리했으며,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3월에도 신한은행 서울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약 17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횡령 사실이 들키기 전 해외로 잠적해 여태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신한은행은 사건 발생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점별 마감 시재 보유 한도를 내리고 권종도 제한하는 등 내부 지침을 바꿨으나 이번에도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NH농협은행에서도 최근 내부 직원의 시재금 횡령 사고가 잇따라 터졌습니다. 6급 계장보 B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시재금 약 2500만원을 횡령했으며, 신입 은행원인 C씨도 시재금 약 200만원을 횡령했습니다. 농협은행은 올해 부터 은행장이 직접 나서 시재금 검사를 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 캠페인을 벌여왔는데요. 와중에 두 차례나 직원 횡령이 터진 것이라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재금 횡령이 발생해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내부 직원이 은행 시스템에 정통하기 때문입니다. 입출금 절차와 회계 기록 방식 등 내부통제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점검을 피할 수 있는 허점을 노리고 금액을 조작하거나 장부를 맞추는 방식으로 범행을 은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도 소액의 금액은 전산 실수로 처리하거나 고의적인 횡령을 크게 문제삼지 않아 공론화되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1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만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는데요. 창구에 보관된 고객에 돈에 손을 대는 건 1만원이든 1억원이든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범죄인데 큰 금액만 공시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은행이 내부 감시 기능 시스템을 정교하고 섬세한 틈새도 없게 강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은행 금융사고는 단순히 은행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맡긴 돈이 분실될 수 있는 금융권 전반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은행과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협력과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내부 조직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고객 돈을 횡령하려고 하는 직원의 모습을 인공지능 이미지로 제작한 모습. (사진=챗GPT)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