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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남은 과제 산적
입력 : 2025-08-01 오후 4:05:0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25%가 아닌 15%로 극적 타결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습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로는 쌀 시장 추가 개방을 막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를 유지한 점이 꼽힙니다.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7조7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양국은 조선·반도체 산업 협력용 투자 펀드 조성에도 합의했습니다. 
 
시장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협상의 기술로 일본과 EU 대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유리한 지점에서 협상을 이뤄냈다는 설명입니다. 
 
관세율을 놓고 보면 한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고 일본도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습니다. 자동차 관세의 경우 한국은 25%에서 15%로 낮췄습니다. 일본은 자동차 2.5%에서 15%로 합의했습니다. EU는 당초 상호관세를 50%로 위협받았지만 15%로 타결했고 자동차도 27.5%에서 15%로 내렸습니다. 관세율만 보면 한국과 일본, EU는 같은 수준이지만 어떤걸 내어주고 협상을 이끌어냈는지를 봐야 합니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한국의 부담은 큽니다. 한국은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는데요. 이는 한국 GDP 대비 18.6%에 달합니다. 일본은 GDP 대비 13.2%, EU는 7.5%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형식을 보면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조선 전용 펀드로 LNG선 세계시장의 90%를 만드는 한국에 사실상 미국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조선 펀드 비중을 뺴고나면 2000억원가량이 남는데요. 이는 일본이 투자키로 한 5500억달러의 46% 수준입니다. 
 
이처럼 한국은 일본 등 타 국가 사례를 보면서 협상에 집중해 그나마 괜찮은 협상 결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선 한미 양국 발표가 약간 다른 부분에 대한 우려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했으나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이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게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트럼프의 예측 불허한 협상 전략을 감안하면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했으나 이는 국민들과 관련 기업들에게 중요한 사안인 만큼 명확한 답변이 필요합니다.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안이 필요합니다. 펀드의 형식은 지분투자 5% 미만에 보증 중심입니다. 보증은 실제 돈이 나가는 게 아니고 보증 배수를 10배로 잡으면 실제 필요 자금은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다만 펀드 자체가 위험성이 있는 만큼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 관리는 필요합니다. 정부와 민간 역할 분담도 필요합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등이 빠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미국은 현재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50%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구리도 이날부터 50%를 적용합니다. 이는 일본과 EU에도 동일합니다. 
 
향후 2주 내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 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추가 협상이 필요합니다. 또한 방위비 문제나 무기 수입 협상 등 안보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해 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역할들이 커진 상황입니다. 
 
당장의 날벼락은 피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이후 가장 위협적으로 떠오른 방위비 협상이 아직 남아 있고 트럼프 임기 종료 이후에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미 FTA라는 기존의 방어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미국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뉴스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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