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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중독
입력 : 2025-07-25 오전 10:10:49
예전엔 언제든 들러 반주 한 잔 곁들이며 국밥을 먹던 단골집들이, 한 발라드 가수의 유튜브 맛집 소개 이후 '오픈런'으로 줄 서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간신히 자리를 잡아도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젊은 남녀들이 노포를 가득 채운 풍경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이제 맛집과 숙소, 쇼핑 후기를 소셜미디어로 검색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많은 사람이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가볼 만한 부산 여행지 10곳', '나만 알고 싶은 와인바 7곳' 같은 리스트의 범람 속에서 사적인 취향마저 '엄선된 최고'만을 좇는 요즘의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카페인 중독'이란 말이 요즘은 커피가 아니라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집착을 뜻하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 우울감을 느끼거나, 행복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현실을 포장하는 모습도 흔합니다.
 
결국 유명인이나 주변인이 찾는 곳을 따라가 SNS에 올리며 '나도 이만큼 잘 살고 있다'를 보여주려는 심리가 요즘의 맛집 열풍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유명인이 추천한 곳이라면 검증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스스로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도 있겠지요.
 
비교와 경쟁이 인간의 본성일 수는 있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제 세상 어디에도 '나만 아는 맛집'은 없다고들 합니다. 리뷰도, 별점도, 지도 앱도 없던 시절, 당당하게 내 취향을 밝히던 그 자유와 용기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어쩌면 그냥 제가 옛날 사람, '꼰대' 아재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셀카를 찍어 SNS에 업로드하는 것은 보편적 문화가 되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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