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입력 : 2025-07-17 오후 3:24:18
한국인의 빵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4.6g으로, 2012년의 191.3g보다 약 19% 감소했습니다. 반면,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빵 섭취량은 18.2g에서 21.5g으로 약 18% 증가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빵 소매점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매출에서 SPC삼립(005610)은 약 70%의 점유율로 제조사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SPC 계열 공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사망사고로 인해 SPC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즉각적인 공급 차질을 겪었습니다. 롯데리아는 일부 매장에서 메뉴가 품절됐고, 신세계푸드(031440)의 노브랜드버거는 직영점 5곳의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KFC는 앱을 통해 수급 불안정을 안내했고, 버거킹은 신제품 출시를 연기했습니다.
 
이 같은 혼란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SPC에 빵 공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사고 때마다 ‘나쁜 기업’의 빵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대안이 부족한 현실에서 불매운동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지속되는 사고에도 프랜차이즈들이 SPC의 빵을 선택하는 이유는 빠른 납품과 낮은 단가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좋은 기업’으로 불리는 성심당의 빵은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가끔 열리는 팝업스토어 외에는 대전을 직접 방문해 줄을 서야 합니다. 성심당은 직원 휴게실과 전용 식당,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며, 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하루 생산량의 3분의 1을 기부합니다.
 
그럼에도 성심당의 2024년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SPC의 파리크라상(223억원)이나 뚜레주르를 소유한 CJ푸드빌(298억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느리지만 사람을 우선하는 방식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노동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쁜’ 빵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빵. 진짜 ‘이상한' 빵은 과연 어느 쪽일까요?
 
대전 유성구 성심당 DCC점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지우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