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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권 놓고 신경전만 지속
입력 : 2025-07-16 오후 3:58:3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최근 한국은행까지 합세했습니다. 새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 기관이 신경전만 벌이며 업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부조직 개편 초안을 보고하는 등 대통령실 의견을 반영해 조율하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대선 전인 5월 28일 유세 일정 전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의 경우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하는데 금융위는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정위는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격상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해왔습니다. 이 조직개편안이 현실화하면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됩니다.
 
금융위는 최근 이재명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과 소상공인 부채 탕감 등을 주도하며 정권과 기조를 같이 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나 조직 존폐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내부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에서는 금융정책 기능이 기재부 산하로 편입되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금감원도 감독기능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국회 정무위 의원들을 찾아 금융정책 및 감독 체계에 대한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노조도 나서 성명을 내고 "금소처를 분리하면 감독 인적자산 분산, 행정비용 증가, 업무중복, 책임회피 등 조직 쪼개기의 전형적 폐해가 우려된다"며 "금소처를 별도 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한은까지 나서 금융감독 권한을 달라 주장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강력해야 하는데 이걸 정부만 하면 안 된다"며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정책을 논의하고 한은이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최근 국정위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의 거시경제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전달했는데요. 금융위가 가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경기대응완충자본, 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의 결정에 한은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리하면 금감원은 현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반발 중이고 금융위는 존폐 기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한은은 기존 통화정책이나 거시경제 안정 등을 위해 권한을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융기관 감독권을 가진 주체가 많아진다고 관리를 잘할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통화 정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아직인 것도 변수입니다. 현재 정부는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 금융위 부위원장 자리를 놓고 고심 중에 있는데요.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달 내로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이뤄지는 데 비해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들은 감독을 하는 기관들만 많아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위와 금감원, 한은 입장이 모두 첨예하게 달라 신경전만 벌이는 만큼 정부가 이를 아우르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서둘러 내놓는 것이 좋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매번 대선마다 나왔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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