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다시 부동산 대출 악몽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가 강력한 6.27 부동산 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실수요자 대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정부가 6.27 부동산 대출 규제를 내놓은 이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당초 대선 과정에서부터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 값이 오를테니 부동산을 사야한다'란 말이 돌았는데요. 집값 상승 열풍이 불면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 이를 의식한 처사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6억원 주담대 제한 등 일률적이고 단편적인 규제는 오히려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막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된 상황이라 실수요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개인의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제도로, 규제 단계가 높아질수록 개인의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DSR 3단계는 은행과 제2금융권, 주담대, 신용대출 등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하며 스트레스 금리는 1.50%입니다.
무엇보다 대출규제로 집값을 억제하는 정책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전부터 금융당국과 은행은 대출 규제와 가계대출 증가량을 핑계삼아 대출금리를 손쉽게 조정하는 식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당초 계획했던 가계대출 목표치의 절반 수준으로 양을 줄이라는 건 은행에 돈을 빌리러 온 고객을 사실상 받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 조이기를 당부하고 은행권은 돈을 빌리러 온 고객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으니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대출금리를 올리고, 만기를 축소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규모까지 축소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행보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으나 여전히 이달 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융채 5년물 기준 평균금리는 4.5%에 달합니다.
일각에선 이미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가계부채 접수가 줄었다고 보도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소득 내 신용대출, 만기 축소, 가계대출 총량 축소 등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규제를 내건 상황에서 대출 총량이 줄어드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처럼 대출 규제로 시장을 압박한다면 당장은 대출 총량이 줄겠지만 이 추세가 계속되진 않을 겁니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시행 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부터 마포, 용산, 성동 등으로 번진 ‘한강벨트’의 집값이 소폭 내려간 것을 보면 취지에 맞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출에만 국한되지 말고 주택 공급 등으로 불안 수요를 잠재우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주택 공급 등 공공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 때 처럼 규제로 서민들만 힘들게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일부만 건드려 손쉽게 숫자만 줄이려고 하지 말고 주거공공성 관점에서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