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여름이 찾아오면 사람들의 인사말에 하나쯤 추가되는 말입니다. 주말에 뭐 하셨습니까, 언제 한번 밥 먹을까요처럼 큰 의미는 없는 질문이지만 대답하기 전에 잠시 멈칫하게 만드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기자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프리랜서로 오래 일해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휴가'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여행 준비를 한다, 휴가를 간다고 말할 때야 비로소 "아, 여름이구나" 하고 깨닫는 정도였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그런 저에게는 사실상 첫 휴가입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패키지 여행으로 다낭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짧은 3일 일정에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고 휴가철이라 가격도 평소보다 훨씬 비싸지만 이렇게라도 떠나야 마음이 덜 불안할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는 겨울 명절 연휴에 삿포로에 다녀왔습니다. 그때도 공항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이 막혔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제대로 쉴 틈이 없었습니다. 눈 덮인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맛집에 줄을 서고 온천에서도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겨우 몸을 담그고 나왔습니다. 돌아와 앨범에는 사진이 가득했지만 진짜 쉼을 누렸다는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 싶었지만 솔직히 이번에도 여유를 누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패키지여행은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고 여행지마다 사람이 몰려드는 것이 당연한 방식입니다. 어쩌면 이번에도 해변은 북적일 것이고 맛집은 긴 줄이 늘어설 것입니다. 첫 휴가마저도 이렇게 또 하나의 일정표가 될지 모릅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떠나면 마음 한편이 조금은 덜 답답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진짜 휴가는 아직 낯설지만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설레입니다.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출국하는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