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규제 개편'이라는 변수를 만난 IPO 시장은 '안갯속'입니다. 이달 들어 신규 증권신고서 제출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증권업계는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꼽히는 대한조선의 IPO 결과에 따라 명인제약,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무신사 등 대형 상장 대기 기업들의 IPO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융감독원에 신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한 곳도 없는 상태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시행된 공모주 의무보유 비율 강화 조치를 상장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치지 못하면 주관 증권사가 공모주의 1%를 6개월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규제가 7월부터 적용됐습니다. 이에 따라 공모가 산정과 물량 배분 전략에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과 증권사 모두 상장 일정을 미루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관과 증권사가 모두 리스크를 떠안아야 해 신규 상장 일정이 사실상 멈춰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IPO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한조선은 조선업 호황과 실적 개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한조선은 매출 1조746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2%와 340% 증가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3월 말 기준 수주잔액 2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2027년 상반기까지 안정적인 매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과 함께 매출 1조원 이상 달성한 대한조선은 다른 조선업체 대비 높은 수익성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한조선은 기업가치 평가 방식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선택했습니다. PBR 방식은 기업의 자산 가치를 실제 자산을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자산 가치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모자금은 희망공모가 밴드(4만2000원~5만원) 상단 기준으로 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시장 내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반기 IPO 시장에서는
LG씨엔에스(064400),
서울보증보험(031210) 등 대형 공모주가 상장 직후 기대에 못 미치는 흐름을 보였지만 대한조선의 공모 성과에 따라 하반기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반기에는 대한조선을 시작으로 더핑크퐁컴퍼니, 명인제약,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무신사, 케이뱅크 등 예비 상장사들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이번에 무난하게 증시에 입성한다면 대형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후속 상장사들의 일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한조선 이후에도 시장 회복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 태도가 더 짙어지면서 후속 대형 IPO 일정도 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