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스타벅스는 국내 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습니다. '단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약속'이라는 슬로건 아래 친환경 경영의 상징적 조치로 주목받았습니다. 종이 빨대의 불편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있었지만, 스타벅스는 환경 보호를 내세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집중했습니다.
그랬던 스타벅스가 최근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꺼내 들었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석유 기반은 아니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플라스틱입니다. 기존 종이 빨대와 병행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병원과 주거지 인근 등 약 200개 매장에서 시범 도입 중입니다. 재활용을 위한 전용 수거함도 함께 설치했는데요. 7년 전보다 한층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결정의 배경은 단순합니다. 종이 빨대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금방 눅눅해지고 음료 맛까지 변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게다가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어려워 사실상 전량 소각 또는 매립 처리되는데요.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가 전체 일회용 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에서는 0.3%에 불과합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환경'이라는 이상과 '소비자 만족'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다시 찾은 셈입니다.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번 변화는 기업의 ESG 전략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환경 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실효성 없는 상징적 조치보다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소비자의 삶 속에 스며드는 실용성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순환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ESG가 진짜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