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은 원래 누구에게 쓰는 걸까요?
지난 6월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셨나요? 악귀를 쫓는다며, 고깃집에서 사용하는 숯불을 피워 30대 여성을 고문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은 인천의 한 고깃집에서 벌어졌습니다. 피해자 A씨는 친오빠와 함께 운영하는 고깃집 위층에서, 무당인 이모와 사촌들에게 3시간가량 숯불 고문을 당했습니다. 사촌들은 불이 꺼지지 않도록 숯을 계속 채워넣으며 고문을 계속했고, A씨는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A씨는, 제 지인이었습니다.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였습니다. 성적이 우수해 영국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영어도 잘해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찾을 줄 알았는데, 졸업 무렵 고깃집 일을 돕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취업을 미루는 걸까 의문을 품고 '안타까운 인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최근 그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고문을 당해 죽었다’는 믿기 어려운 말과 함께요. 주변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그녀는 졸업 후에도 고깃집에서 계속 일했고 휴대전화 번호를 자주 바꿨다고 합니다. 그녀는 연락이 닿았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했고, 빌려주면 그녀의 엄마가 다시 연락해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가족에게 철저히 착취당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도 하나씩 끊기고, 결국 세상과 단절된 채 그렇게 떠난 거였습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사실이 있습니다. 가해자인 이모는 매일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살인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엄마와 친오빠도 가해자인 이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니, 다시 묻게 됩니다. 반성문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반성문이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되돌아보는 글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는 세상에 없고, 그 가족은 가해자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매일 제출된다는 이 반성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반성문일까요?
'후안무치', '안면몰수' 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저히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도 그 죄의식조차 없는 이들을 두고 쓰는 말입니다. 아무도 그녀의 편에 서주지 않았던, 너무도 쓸쓸한 죽음이 더 억울하지 않도록, 끝까지 이 사건을 지켜보겠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공판은 오는 15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고인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억울하게 사망한 그녀를 위해 탄원서를 함께 써줄 분을 찾고 있습니다.
보내실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건번호: 인천지방법원 2025고합600
주소: 인천 미추홀구 소성로163번길 17, 형사16부 담당판사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