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새 정부가 깜짝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유예기간을 두지 않아 그야말로 '광속' 진행이 이뤄졌는데요.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놀랍다'며 과감한 결정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6일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강남과 송파지역 아파트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77건으로 직전 주(1,629건) 대비 64.6% 급감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물론,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까지 거래가 줄었다. 송파구는 같은 기간 95.8% 감소하며 24건에서 1건으로 급감했고, 서초구와 강남구도 각각 93.3%, 68.4%씩 줄어들었다. (사진=뉴시스)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정권에서 보여줬던 부동산 지향점과 다른데요. 과거에는 정부가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서민주거 부담을 낮추겠다며 일정 수준에 대출 규제와 확장 또는 '임대주택' 혹은 '재개발'을 통한 공급 기대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국민이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정부에서나 부동산 정책은 '득'보다는 '실'이 컸습니다. 특히 무주택자에게 거액의 대출을 허용하고, 그 결과 평생에 갚아야 할 빚을 진 서민들은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며 악순환은 반복됐습니다.
실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4000만원입니다. 그런데 이중 부동산은 3억8000만원으로 70%가량을 웃돕니다. 결국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되는 현실이란 것이죠.
이에 이광수 명지대학교 겸임교수는 "그동안 무주택자들이 '집값은 오르는데 내 집은 없어요'라고 하자 정부에서는 대출을 많이 하는 방법을 썼던 것"이라며 "이것은 '목마르다'하니까 바닷물을 준 셈"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결국 서민들에게 중요한 건 대출을 많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란 것입니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부동산을 '자산의 증식'이란 '욕망'에 도구로 보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24일 방송된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3년 전 성수동에 11억을 주고 산 아파트가 현재 18억으로 올랐다. 이때 한 가구가 시세차익으로 번 수익은 7억이지만, 이에 대한 세금은 11%다"며 "반면 근로소득으로 3년 동안 7억을 벌었을 때 내는 세금은 20%다. 돈이 있는 사람의 일 경우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부는 부를 낳고, 빈부격차는 커지는 양상입니다. 또 그동안 정부가 '청년' '신혼부부'를 위해 공급한 임대 주택도 대부분 작은 평수로 닭장 같은 집에서 욕망이 거세당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사회가 규정한 N포세대는 각자의 특별한 이유와 사정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거주할 공간'이 없으니 결혼도 출산도 미룰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을 '재산'이란 중립적인 의미로만 봤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보입니다. 사실 지금의 부동산은 단순한 동산(動産)이란 개념을 넘어 '희망'이자 '욕망'을 가르는 분수령으로 해석됩니다. 때문에 보다 강력한 주택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 이재명정부가 과거 민주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길 기대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