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 7월 시행을 앞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전 막차 수요까지 겹치며 가계대출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시장 구조상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전월보다 4조2000억원가량 늘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조1000억원 증가해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으며, 신용대출도 1조원이 넘게 늘어나며 2021년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에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은행 여신 실무자들과 가계대출 동향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총량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라"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대출 규제가 자영업자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오히려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오는 7월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시장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해당 규제는 모든 가계대출 심사에 가산금리 1.5%를 적용해 차주의 대출 가능 금액을 축소하는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고소득자조차도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등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규제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몰리자 은행들은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수도권 내 1주택자의 신규 주담대 대출을 중단키로 했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케이뱅크 등도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처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연말 대출 중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물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예대금리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 대통령의 대출 금리에 대한 생각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충돌하며 오히려 대출금리가 오락가락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이 실현되려면 직접 개입보다 투명성과 구조 개선을 통해 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은행이 담합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지는 않은지, 가산금리가 정당하게 산정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정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겁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수준 자체를 정부가 조절하는 것보다는 감독기관과 시장이 자율적 경쟁을 통해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여당인 민주당은 법정 비용 전가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가산금리를 손질하고 이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가산금리 손질을 핵심적으로내세운 만큼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출금리는 최대 0.2%p가량 인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