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임기가 이날 오전 6시 21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12·3 비상계엄부터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새 시대를 연 겁니다.
열망했던 만큼, 기대됩니다. 동시에 불안하기도 합니다.
지난 3년간 윤석열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법인세 감세 등 감세정책을 이어가면서 세수결손이 계속됐습니다. 내수 경제는 더욱 침체됐습니다. 대외 여건도 전쟁과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악화됐습니다. 수출로 먹고 살던 우리나라 기업들도 '어렵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도 울상이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확장재정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선, 후보 시절 주장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윤 정부가 깎았던 세금도 원상복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윤석열씨의 거부권으로 막혔던 법안들도 다시 처리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우려되는 지점은 여전히 국회의원 300명 중 107명이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점입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정국에서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독재'라고 지적하기보다는 오히려 "고도의 통치수단"이라고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일부 중진 의원들은 윤씨를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당시, 당내 이탈표를 막기 위해 당론으로 '윤석열 탄핵 반대'를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은 다수당인 야당 주도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1당 독재'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윤 정부의 '독재'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독재'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제가 느끼는 불안의 핵심입니다.
이와 관련, 전날 MBC 개표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민주당이) 이제 (거부된 법안) 하나하나 다 처리할 거다. 그러면 국민의힘에서 야당이 됐으니까 그전에도 반대하던 건데 또 반대할 거다. 그러면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라. 안 그러면 협치는 없다’라고 나올 거다"라며 "이 대통령이 거부권 발동할 거 같으면 뭐 하러 정권을 바꾸냐. 그러니까 할 거 아니냐. 그러면 이제 (국민의힘은) 여야 간 협치는 없다고 나오고 정외 투쟁 나간다 할 거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이 '이재명도 독재한다'고 보도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동서 갈등이 심화됐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한반도의 서쪽은 파란색, 동쪽은 빨간색으로 나뉘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동서화합'이 꿈일 정도로 어려운 과제였는데, 지금은 더욱 심해진 겁니다. 그뿐이면 다행입니다. 세대 갈등도 더욱 고착화됐습니다. 대표적으로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지지 성향도 나눠졌습니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지지 성향과 30·40대의 지지 성향은 반대 성향을 보였습니다.
새 정부는 이 모든 과제를 헤쳐 나가야합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이번엔 이재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대선 유세 중 "대한민국에는 지금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유능한 선장이자 대한민국 살림을 책임질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적한 과제 앞에 우려와 걱정, 불안과 기대, 그 사이에서 '준비된 대통령'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을 마치고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혜경 여사.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