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사는게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빚을 지고 사는게 필연적인 상황인 셈입니다. 이 가운데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간편한 대출이라는 점에서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경기 악화로 서민들의 자금 사정이 취약해지면서 카드론 잔액은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4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원으로 전월 말(42조3720억원) 대비 소폭 늘었습니다. 2월 말(42조9888억원) 역대 최다를 경신한 카드론 잔액은 앞서 3월에는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 등 효과로 감소한 바 있습니다.
카드론 잔액 외 대환대출은 소폭 늘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현금서비스 잔액 등은 소폭 줄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론을 빌린 카드사에 다시 대출받는 대환대출 잔액은 1조4535억원으로 3월 말(1조3762억원)보다 늘었고,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5355억원으로 전월(6조7104억원)보다 줄었습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6조8688억원으로 전월(6조8787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카드사 연체율이 상승해 약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각 카드사의 3월말 기준 연체율(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모두 상승했습니다.
하나카드는 1분기 말 연체율이 2.15%로, 작년 동기(1.94%), 전 분기(1.87%)보다 각각 0.21%p, 0.28% 올랐습니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61%로 작년 동기·전분기(각각 1.31%)보다 0.31%p 올랐습니다.
신한카드 역시 1분기 말 연체율이 1.61%로 작년 동기(1.56%), 전 분기(1.51%) 대비 각각 0.05%p, 0.10%p 올랐습니다. 우리카드는 1.87%로 작년 1분기(1.47%), 작년말(1.44%)보다 각각 0.40%p, 0.43%p 증가했습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카드값뿐만 아니라 고금리인 카드 대출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내수 경기 부진, 경제 성장률 둔화 등 여러 경제 지표 여파로 연체율이 상승했습니다. 시장 안팎에선 2분기에도 시장 불안감 고조와 불확실성 증가로 건전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연체율 증가세에 건전성 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카드사 내부적으로는 부실화된 자산의 상·매각, 다중채무 양산 방지, 심사요건 정교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함이 중요해졌습니다. 고객등급 및 고객군별 모니터링 관리, 자산별 건전성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빚에 쪼들리는 서민들의 상황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카드론은 은행에서 대출이 나오지 않는 저신용자 고객들을 위한 급전창구로 통합니다.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급전창구라는 점에서 서민들의 '현금 보릿고개'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인 데다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카드·캐피탈사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영향이 클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기 악화로 어려워진 서민·취약계층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할 수만은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서민·취약계층의 급전대출을 과도하게 조이는 방법을 택해선 안 될 것입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이더라도 서민취약계층의 긴급자금 등 대출은 소득 기준 내에서 해주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 것입니다.
카드론.(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