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거주자들의 카드 해외 사용액이 31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외 여행과 온라인 쇼핑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늘어난 영향입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거주자의 카드(신용·체크) 해외 사용 금액은 모두 217억2100만달러(약 31조1200억원)로 집계됐스니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3년(192억2200만달러·27조5000억원)보다 13%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23년 2272만명에서 지난해 2869만명으로 26.3%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온라인쇼핑 직구액은 51억1000만달러에서 58억3000만달러 14.0% 증가했습니다. 카드 종류별로는 신용카드(154억8700만달러)와 체크카드(62억3400만달러) 사용액이 각각 5.4%, 37.8% 늘었습니다. 한은 측은 "해외여행 수요 증대에 따른 내국인 출국자 수 증가, 온라인 쇼핑 해외 직접구매 증가로 인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카드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5월 가정의달 황금연휴(1∼6일)에 국내 카드 소비는 찔끔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해외 카드 이용은 20%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개인 카드 회원의 이달 1∼6일 국내 신용·체크카드의 음식점·카페·편의점·백화점·대형마트·주요·놀이공원 등 업종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 작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용 건수는 같은 기간 2.1%, 이용 회원 수는 2.3%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신한카드는 "이용 금액이 소폭 증가했으나, 이용 건수와 이용 회원 수는 감소해 고물가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음식점(8.1%), 카페(7.4%) 등이 작년 동기보다 이용 금액이 늘었고, 편의점(-1.8%), 백화점(-0.3%), 마트(-2.6%), 주유(-1.5%) 등은 모두 감소했습니다. 놀이공원 업종만 이용액(31.9%), 이용 건수(24.1%), 이용회원 수(24.7%) 등이 모두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분석 기간을 지난 1일부터 주말인11일까지로 확대해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11일까지 국내 주요 오프라인 소비 관련 업종 이용액은 1.7%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이용 건수와 이용 회원 수는 각각 3.4%씩 감소했습니다. 경기 부진으로 국내 소비가 찔끔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황금연휴 기간 해외 카드 이용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신한카드 개인 신용·체크카드 이용 중 5월 1일부터 6일까지 해외 오프라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이용 건수는 20.1%, 이용 회원수도 13.7% 증가했습니다. 높은 물가와 고환율에도 이번 연휴에 해외여행 수요가 두드러진 겁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만족과 가치 있는 경험을 기대하며 지출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 부진이나 가파르게 오른 물가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여행 특화 카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내수경기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내수 부양책을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카드 결제.(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