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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탕감, 정치권 표팔이 수단 전락
입력 : 2025-05-29 오후 1:53:38
 
(사진=뉴시스)
 
대선 유력 후보들이 채무 탕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사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취약 계층 보호라는 명분 아래 채무 탕감이 정치권의 표팔이 수단으로 전락한 모습입니다.
 
채무 탕감은 취약 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러 부작용도 함께 존재합니다. 성실히 빚을 갚는 차주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반복적인 탕감 정책은 '어차피 빚은 탕감된다'는 인식을 퍼뜨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러한 허점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상환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행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관대한 채무 탕감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신용불량자에게 이처럼 너그러운 나라는 드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세금을 투입해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의 각종 커뮤니티나 카페에는 '신용회복 꿀팁', '채무 면제 노하우' 등 관련 정보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공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채무를 면제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채무 감면을 민간 회사에 맡기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고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합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의 채무 탕감 제도가 금융 질서를 해치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경고했지만, 소비자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되는 국내에서는 어림없었습니다.
 
채무 탕감은 취지 자체는 공감할 수 있지만 매우 엄격한 기준 아래 이뤄져야 합니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개인의 채무 사유, 재산 상황, 가구원의 재산 등 세밀한 심사가 선행돼야 하며, 제도 남용이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야 합니다.
 
정치인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채 채무 탕감을 앞세워 유권자의 표를 노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작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부작용을 차단할 방식은 빠져 있어 결과 중심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도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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