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기술의 발전에 맞춰 현금이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그동안 카드나 간편 결제가 그 자리를 채웠는데요. 이젠 더 나아가 '디지털화폐(CBDC)'까지 실생활에 도입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CBDC 상용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6일 CBDC 관련 국제 협력 사업인 '아고라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6대 시중은행장들과 만났습니다.
이보다 앞서 이 총재는 6대 은행을 직접 찾아 각 은행장과 사전 미팅도 진행했는데요. 한은 총재가 일선 은행장을 찾아 개별 면담을 진행한 건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한은 관계자도 "디지털화폐가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총재가 직접 나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도입시키려 하는 CBDC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CBDC는 쉽게 말해 비트코인처럼 민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화폐'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지폐 대신 중앙은행 안에 들어있는 공식적인 디지털 화폐인 셈이죠.
현금처럼 가치가 보장되며 블록체인 기반으로 위조 및 도난을 방지합니다. 국민 모두가 계좌 없이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현재 한은은 아고라 프로젝트와 함께 '프로젝트 한강'도 투트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한강은 6대 시중은행에 BNK부산은행까지 총 7개 은행이 참여하는 CBDC 실험 프로젝트로 지난 4월부터 모집자를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카페, 서점, 마트 등 사용처에서 각 은행의 전자지갑을 통해 발생한 QR코드를 찍으면 예금토큰으로 결제되는 방식입니다.
CBDC가 상용화되면 실시간으로 거래가 기록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투명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국가 간 해외송금 등에 있어 상이한 법률 규제와 표준시간대 차이 등 문제를 해결하고 즉각적인 송금이 이뤄질 수 있기 떄문에 외환 거래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CBDC를 통화정책에 접목해 사용할 경우 경기 충격 흡수 능력을 높일 수 있단 장점도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같이 부정적인 수요 충격 이후 가계는 소비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 CBDC보다는 상대적으로 거래 비용이 높은 현금을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 단위당 부담하는 거래 비용은 낮아지게 됩니다. 결국 CBDC가 경기 충격 흡수 능력을 향상시키는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오는 6월 프로젝트 한강이 끝나면 한은은 새로운 테스트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말 지갑이 필요없는 세상이 올 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모든 소비가 기록되고 추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옵니다.
이에 대해 한은은 현재 프로젝트 한강에 적용하는 건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여러 참여자가 공유하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거래 기록이나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 방식으로 퍼미션 방식이라 권한을 중앙은행 독점, 혹은 일부 참여자에게만 부여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한은의 분석처럼 디지털화폐 시대가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면, 우선 첫 번째 과제로 높은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실물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균형을 잡고 금융소비자가 이를 분산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여러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