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의 표'를 얻기 위한 각축장이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2주 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공약 외치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후보 모두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다면 재임 기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성장시키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제시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이 향후 5년 실적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정치는 지금 '공약 IR(기업설명) 쇼케이스'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주식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IR 자료를 통해 향후 매출, 이익률, 성장 로드맵을 담듯, 대선 후보는 복지, 외교, 경제 정책을 포함한 공약집을 냅니다. 투자자들이 이익 전망과 재무 구조를 보고 청약 여부를 결정하듯, 유권자들은 공약을 보고 해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를 결정합니다. 전제는 같습니다. "이 약속을 믿고 투자해주십쇼." 주체만 다를 뿐입니다.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기업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팝니다.
공약집과 IR 자료 모두 예측한 미래를 설득한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다만 정치인의 공약은 정치적 책임만 따를 뿐, 당선 이후 공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반면 IPO를 도전하는 기업은 거짓 IR이나 허위 정보를 제공할 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에는 실사가 없고, 실적 공시는 국민의 몫입니다.
전국을 누비는 선거 유세는 로드쇼입니다. 후보들은 연단에 올라 국민을 향해 목놓아 외칩니다. 기관 투자자를 찾아다니는 기업의 IR 활동을 연상시킵니다.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는 기업의 가치평가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표어, 이미지 전략, 숫자 강조 등 모두 '정치 상품'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려는 설득의 기술입니다.
하지만 IPO든 대선이든 실적 미달은 리스크로 되돌아옵니다. IPO에 성공한 후 기업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 주가는 곤두박질칩니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여론의 환매가 시작됩니다. 정치인은 상장되지 않지만 유권자들은 언제든 손절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대선은 정치인의 IPO입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종목'의 주주로 매일을 살아갑니다. 2027년 실적 발표를 기다리며 우리는 지금 한 편의 투자 설명서를 읽고 있는 셈입니다. 약속한 성장률을 실제로 이행 가능할 사람, 2주라는 시간은 빠듯하지만 매의 눈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