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최근
SK텔레콤(017670)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심(USIM) 해킹 사태가 은행권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SKT를 이용하는 약 2300만명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사건입니다. 유심 정보를 빼내 복제폰을 제작할 경우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인증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비대면 거래는 지속 증가해왔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입출금 거래 가운데 84.6%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했습니다. 대면 거래는 4%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 금융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해 은행권의 비대면 강화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로 인해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자, 은행권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SKT 고객이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다른 기기에서 전자금융 거래를 시도할 경우 안면인증 등 추가 인증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자체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통한 모니터링도 강화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얼굴 확인' 프로세스를 추가했으며, 신한은행은 지정된 기기에서만 접속이 가능한 기업뱅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안면인식과 인증서 재발급을 통해 인증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금융권의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와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명의도용, 부정 금융거래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로, 이번 사고 이후 신청자가 급증했습니다.
지난달 21일 해킹 사고가 알려진 이후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가입자는 약 35만명,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약 45만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28일 하루 동안만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29만2300명,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40만5700명이 신청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번 신청자 중 약 65%가 40대 이하인 것으로 집계돼 젊은 세대가 정보 유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킹 사고 이전까지 40대 이하 비중이 2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혹시 모를 명의도용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두터운 방어막을 치고 있습니다. 다만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의 경우 대면·비대면 구분 없이 모든 대출 신규 거래를 차단하기 때문에 해제 시 반드시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역시 해지를 위해선 지점 방문이 필요해 이용자들의 불편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과도한 불안이나 불필요한 오해도 문제지만 피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은행권에서도 무작정 비대면 서비스를 확충하기 보단 안전성을 먼저 확보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 내에서 유심을 교체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