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1년간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p 내렸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을 이유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월 기준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4.38%였습니다. 반면 1년 전인 2024년 3월에는 평균 3.93%로, 0.45%p나 오른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3.50%에서 2.75%로 0.75%p 인하된 것을 감안하면 명백한 역주행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1년 새 하단이 3.89%에서 3.94%로, 상단은 5.97%에서 6.29%로 각각 0.05%p, 0.32%p 올랐습니다.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한 고정형 금리도 하단 3.08%→3.14%, 상단 5.39%→5.64%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예금금리는 하락했습니다. 1년 전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3.103.9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602.73%로 낮아졌습니다. 예금금리는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더욱 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까지 5대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는 1.38%p로, 7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이는 2022년 7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대 수준입니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이 1.47%p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하나은행(1.40%p), KB국민(1.33%p), 우리은행(1.30%p) 순이었습니다.
금융권은 시장금리가 대출금리에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입장이지만 예금금리는 즉각 인하된 점을 고려하면 설득성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핵심 원인으로는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에 우대금리를 빼는 구조입니다.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줄이면 기준금리 하락 효과가 상쇄되거나 무력화됩니다.
3월 기준 5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3.008%로 전년 동기 2.754%보다 0.24%p 올랐습니다. 반면 우대금리는 2.636%에서 1.605%로 1.03%p 하락했습니다.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조정 가능한 이 항목들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도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대출금리 하락 폭이 제약받는 현상은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 주택담보대출 홍보물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