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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초풍 필리핀 쓰레기 음식 '팍팍'
입력 : 2025-04-24 오후 5:53:20
한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간만에 뇌정지가 오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필리핀 마닐라를 간 유튜버는 '팍팍'이라는 음식을 사서 먹었는데요. 팍팍은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요리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음식으로 여행에 잔뼈가 굵은 유튜버도 쉽게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마닐라 북서쪽에 위치한 필리핀 대표 빈민가 톤도는 쓰레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높은 건물은 없지만 인구 밀도는 서울의 4배가 되는 곳입니다. 이곳엔 쓰레기 분리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1000여채의 가옥이 전소됐는데요. 가벼운 나무로 지어진 가옥들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어 화재에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톤도 주민들이 먹는 음식 팍팍은 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합니다. 타갈로그어에서 유래한 팍팍은 털어내다, 먼지를 털어내다로 번역되는 단어입니다. 팍팍의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밥, 닭고기 등을 골라냅니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서 세척을 하는데요.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끓이고 식초, 깔라만시를 뿌려 악취를 숨깁니다. 마지막으로 향신료로 양념을 해서 요리를 완성합니다.
 
비닐봉지에 담긴 팍팍의 첫 인상은 군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군대에서는 훈련을 나가면 식판에 비닐을 감싸서 밥과 반찬을 받는데요. 깊은 산속에서 훈련을 받다보면 식판을 들고 밥을 먹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닐에 밥과 반찬을 다 넣고 고추장 양념을 넣어서 비빔밥을 만듭니다. 일명 '비닐밥'입니다. 영상에서 본 팍팍은 비닐밥과 유사했습니다.
 
유명한 팍팍 가게에서 구입을 완료한 유튜버는 현실을 목도한 뒤 먹기를 망설였습니다. 쓰레기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골라내는 장면을 직접 본 것인데요. 악취 속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자기 손에 들려있는 요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시식을 한 후 유튜버는 "맛있긴 한데 먹고 싶지는 않다"고 후기를 전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빈곤을 마주한 충격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으로만 봐도 힘겨운 환경이지만 의외로 그곳 주민들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유튜버를 따라다니며 이름을 묻고 동네 이곳저곳을 소개해줬습니다. 안타깝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 그들의 삶을 쉽게 불행하다고 단정할 순 없었습니다. 행복의 기준은 내가 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필리핀 톤도에서 팍팍을 구매하는 유튜버 (사진=서재로36 유튜브 영상 갈무리)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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