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은 매년 막대한 규모의 정부 배당을 시행합니다. 정해진 배당성향에 따라 당기순이익에서 정부에 배당금을 떼어주는데요. 정책금융 공급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선 정부 배당보다는 내부 유보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국책은행들은 내부 유보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기재부에게 근거를 제시했지만 결국, 통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 기재부에 정부 배당 협의계획안을 제출했습니다. 배당가능이익 1조3404억원 중 배당금은 4327억원, 나머지 9077억원은 내부유보 필요액으로 설정했습니다. 내부유보 필요성에 대해선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하면서 적극 설득에 나섰습니다.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 주도를 위한 정책금융 확대,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충격 대응여력 확충, 2025년 자금공급계획 115% 달성 예상, 타행 대비 낮은 수익성 및 자본건전성·현금배당 국회 지적 계속, 수익성 및 자본건전성 개선에 구조적 한계 존재. 이와 같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과거 거액의 정부배당금 지급 실적 및 기관 간 형평성 등을 감안해 25% 수준으로 배당성향을 하향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최근 5년간 정부에 2조1975억원을 배당했고 약 40개 정부출자기관의 정부배당 합계액 중 25.4%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 배당이 축소되면 정책금융 역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기대효과도 제시했습니다.
수출입은행도 기재부 설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배당가능이익 8071억원 중 배당금은 1795억원, 내부유보 필요액 6276억원으로 나눴습니다. 이익잉여금을 '최대한'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거액 프로젝트성 여신이 많은 수은 특성상 두터운 이익잉여금 적립으로 손실 완충이 필요하고 타행 대비 낮은 유보율(이익잉여금/자본금)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보율 제고를 위해 수은이 제안한 배당성향은 20%입니다. 향후에도 배당성향이 20%로 유지된다면 유보율은 2030년까지 39%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책은행의 간절한 설득을 외면했습니다. 산은에게는 7587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고 수은에게도 역시 21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수령할 전망입니다. 정책금융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위해 내부 유보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기재부는 배당성향을 줄여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산업은행(위), 수출입은행 본사 전경(사진=산업은행, 수출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