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명의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습니다. '빈자의 벗'으로 불렸던 그는 평생 약자의 곁을 지키며 전쟁과 기아, 부패와 관료주의에 맞서 싸웠습니다. 가톨릭의 문을 세상 쪽으로 조금 더 열어두었던 그의 삶은 신앙을 넘어 인간 존엄을 향한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여정을 기리며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다시금 생각난 영화가 있습니다. 2019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두 교황'인데요. 이 영화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의 관계를 다룹니다. 베네딕토 16세의 생전 퇴위로 인해 두 교황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 시기는 가톨릭 역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두 교황은 서로 너무나 달랐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성향을, 프란치스코는 진보적 태도를 지녔습니다. 자라온 배경은 물론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사안에서도 견해가 첨예하게 갈렸죠. 영화는 이처럼 보수와 진보, 고독과 친화, 폐쇄와 개방이라는 극명하게 대조적인 두 인물이 교황이라는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선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두 교황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신앙의 본질에 질문을 던집니다. 축구와 피자 앞에서 웃음을 나누는 장면에서도 인간의 연약함과 회개의 진심이 담겨 있는데요. 권위가 아닌 진심으로, 명령이 아닌 대화로 서로를 마주하는 두 사람의 교감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이게 아닐까요. "다름은 반드시 대립이어야만 하는가?"
너무도 달랐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으로 하나가 됩니다. 세상은 여전히 갈라져 있지만, 그들이 남긴 대화는 오늘의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당신의 신념은 타인의 다름 앞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라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 스틸컷. (사진=넷플릭스)